선세계소개
출신, 이름, 나이, 경력, 저서, 가르침을 준 스승 등을 알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물론 세상에서는 약력이라는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지만, 소유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의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단지 불편한 짐에 불과합니다.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은 나의 스승이며, 나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공경하고, 모든 사물에 머리를 숙여 감사하며, 그 모든 것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부족한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세상의 무엇이든 차면 넘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항아리에 물이 차서 넘치면 항아리에 물이 담긴 것을 압니다. 수증기가 뭉치어 구름이 된 것을 보고 구름에 빗방울이 들어 있는 것을 압니다.그처럼 우리 육체의 주인인 마음이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각자 고유한 품성과 외형을 지니게 됩니다.
우리 마음에 들어 있는 것은 반드시 형상으로 나타나며, 그것이 넘치면 밖으로도 당연히 표출이 됩니다. 곧 그 사람의 형상이 경력이며 그 사람의 형상에 표출되는 것이 출신이 되고 저서가 되며 또한 인연이 됩니다. 종이에 쓴 이력과 저서는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우리 형상에 쓰인 이력과 저서는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몸에 나타나는 마음결 이상 진실한 약력은 없을 것입니다.
선입견이나 개인적인 감정, 또는 사심이 없는 마음으로 사람의 형상을 보면 어느 누구라도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 또는 생로병사와 내면에 새겨진 마음상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사람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어떤 물질이든 그 형상을 통하여 그 물질의 생성과정과 성질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아주 고요해지고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이 감싸고 있는 의식체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많은 내면의 진실을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얻었으며, 결국에 가서는 우리 몸을 비롯한 그 모든 것을 자연에 돌려주어야 합니다. 아니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단 한순간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마음이 오고간 것일 뿐입니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그대로 내주어야 하듯이 우리의 경험과 무거운 약력도 그저 짧은 호흡의 오고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생과 사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고감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것이지 자연으로부터는 오고감, 생과 사, 있고 없음이 그저 한 호흡일 뿐입니다.
나는 내가 아닌 자연이 빚은 가람으로 여러분을 만나러갑니다. 일반 상식으로 본다면, 약력이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상대편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호기심이나 신비감을 일으키는 방편으로 오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은 그러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것입니다. 길가의 시원한 그늘이 되고 따듯한 양지가 될 수 있다면, 쉬어가는 나그네의 한숨이 가람의 이름이고 중얼거림이 사유가 됩니다.
세상에 나란 존재를 이루며 감싸고 있는 모든 옷을 벗고 진리에 속한 자연으로, 자연의 몸과 마음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든, 그것이 물질의 모습을 가지고 있든, 보이지 않는 공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든, 자연의 몸과 마음으로 대자유를 만나는 것입니다.
자연의 몸과 마음,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대자유.세상의 모든 있고 없음은 우리가 찾아야하는 대자유를 소중히 간직한 진리의 땅입니다. 인간의 몸과 마음이 자연의 몸과 마음이라는 진실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온갖 형태를 가진 세상이라는 진리는 오직 인간의 깨어남을 위해 존재됩니다.
내가 속한 몸과 마음의 대자유는 우주대자연을 빼닮은 당신의 신성에 당신의 발등에 입맞춤으로 경배를 올립니다. 거룩하고 영원한 당신의 신성에 무릎을 꿇어 올립니다.
- 선가람지기 올림 -